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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좋은 글과 시/좋은글 모음

어느 노인의 고백

by 발자국. 2019. 11. 15.

 

 

어느 노인의 고백

 

하루종일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속에 펄럭이는 희로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시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고 고고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도 행복할 거예요

 

이 해인 / 생각만 하다가 놓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