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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 서산대사가 입적하기 직전 읊은 시

내이름은 시니어 2019. 8. 1. 10:37

인생 / 서산대사가 입적하기 직전 읊은 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흉 없는 사람 이디 있겠소
가난하다고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 소리 치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것이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것은 버려야지
내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것도 아닌데...
삶도 내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 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한번 못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표정 짖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짖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쓰러짐이다
구름은 본디 실체가 없는것
죽고 살고 오래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